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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왕래는 하지 않습니다.
추억의 마니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빼고는 말이다. 알고 보니 추억의 마니는 지브리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나온 애니메이션이다. 추억의 마니를 보고 나는 반전과 감동을 함께 주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평한다.
해당 줄거리와 내가 느낀 점에 대해 적어놨으니, 함께 의견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0. 「추억의 마니」에 대한 간략한 정보
제목: 추억의 마니 | 思い出のマーニー | When Marnie Was There
장르: 애니메이션, 판타지, 드라마
관람가: 전체관람가
방영시간: 103분
1. 「추억의 마니」를 보게 된 계기
지브리 아닌 애니를 보자, 생각하고 보게 된 건데…… 알고 보니 지브리였습니다 (???) 거의 지브리 투어 하고 있음. 정말 투어하고 있음. 이러다가 토토로도 다시 보고 적을 기세다. 아무튼 그렇다.
2. 「추억의 마니」을 보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수많은 아이들이 놀고 있는데 그 사이에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여자 아이가 있다. 그 여자는 묵묵히 그림을 그리면서 독백을 한다.
이 세계엔 눈에 안 보이는 마법의 고리가 있다.
학교 수업인 듯하다.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벤치에 앉아 모두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수업 중임에도 사귀는 거 맞냐고 재잘거리는 청소년들의 대화 주제를 보여주고, 선생님께는 그림 그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고리는 안과 밖에 있고…. 저 사람들은 안쪽 세계 사람 그리고 난 바깥쪽 세계 사람.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림을 엄청 잘 그린 여자 아이. 선생님이 그림을 보여달라고 하니, 결국 그림을 그려서 보여드리려던 찰나, 놀고 있던 어린아이가 넘어져 울음을 터트리고 여자 아이는 선생님께 그림을 보여주지 못한다. 기침을 하던 여자 아이는 이내 독백한다.
나는 내가 싫다.
그리고 기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뒤 이어 보여주는 장면은 집으로 찾아온 의사에게 진찰받는 장면으로 나온다. 이 여자 아이의 이름은 안나. 엄마는 다행이라고 말하며, 흡입기가 없었냐고 물어본다. 안나는 그렇게 자신을 걱정하던 엄마에게 퉁명스럽게 “저 때문에 돈이 많이 나가셨네요.”라고 말한다. 아마도 천식이 있는 모양이다. 1
벨소리가 들리고 안나의 엄마가 나가니, 미요코를 비롯한 친구 둘이 더 왔다. 미요코는 안나의 가방을 전해주며 가방 안에 스케치북이 있다고 말해준다. 돌아가려는 아이들에게 엄마는 안나에 대해 물어본다. 잘 지내는 거 맞냐고 물으니까 미요코는 “학교생활은 평범하고 안나는 얌전하다”라고 말하는데 다른 친구가 “그게 과연 얌전한 걸까?”하고 의문을 표현하고 미요코는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우리가 워낙 까분다고 말해준다. 의사 선생님과 함께 자신의 방에서 엄마와 동급생이 하는 말을 듣게 된 안나. 의사 선생님은 널 많이 걱정하시는 거 같다고 안나에게 말해준다. 2
엄마와 의사 선생님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천식 발작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의사 선생님, 엄마가 말하길 이 상황에 아빠는 출장 중이라고 한다. 부부에게 문제가 있는 거 같다고 표현하는 엄마와 12살이면 사춘기가 올 나이긴 하다고 하면서, 뭔가 짐작가는 부분이 없냐고 물으니 엄마는 안나가 늘 무표정이라고 말한다. 눈물을 훔치며 얼굴에 표정이 없다고 말하면서 예전엔 표현을 잘했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하는 말이 친엄마가 아니라서 그러는 걸까요?라고 엄마가 말한다.
안나가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나는 침대에 누워서 오늘 자신이 그렸던 그림을 펼쳐서 본다.
다음날인지 모르겠지만, 해가 떴다. 밀짚모자를 쓴 안나는 엄마가 준 귤을 받아들고 예전에 만난 세츠라는 아줌마가 사는 곳으로 가게 된다. 세츠라는 아줌마가 사는 곳이 공기도 좋은 곳이라 안나의 몸이 나을 때까지 있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내레이션으로 들리고 안나는 기차를 타고 간다. 그런 엄마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염소 같은 목소리라고 표현하는 안나.
그리고 이제 이야기가 시작이라는 듯 표현되는 「추억의 마니」
기차에 내린 안나는 짐을 잘 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안나를 알아보고 안나를 부르는 세츠 부부. 자신이 기억나냐는 세츠의 물음에 안나는 기억은 안 나지만,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고 하면서 안나는 자기소개를 한다. 아저씨는 똥차라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같이 차를 타는데 안나는 괜찮다고 한다. 차 안이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하다. 들썩일 때마다 난리다. 3
마을에 보이는 것 중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며 안나가 묻는 게 있는데, 곡물 저장고다. 4
세츠네 부부는 아이들이 다 독립해서 두 부부만 살고 있는 모양이다. 안나는 어린 아이가 그려놓은 듯한 엄마와 아빠 그림을 보고 들어선다. 이런 이상한 집은 처음 보지?라고 아줌마가 묻는데 안나는 멋진 집이라고 답하는데 아줌마는 아주 호탕하게 웃으면서 빈말은 안 해도 된다고 말한다. 원래는 아줌마 딸이 사용하던 방인 2층을 쓰게 된 안나. 안나는 가방을 정리하려다가 무언가 떨어뜨리는데, 편지봉투 안에 잔뜩 들어있는 봉투 안에서 엄마 요리코가 남긴 쪽지를 보게 된다. 있었던 일 뭐든 적어서 보내달라고 한다. 5
아줌마는 아저씨가 부르니까 나가고 나니, 안나는 솔직한 한마디를 내뱉는다.
남의 집 냄새가 나.
그리고 방 안 창문을 열어 바깥을 바라보니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고 안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요리코가 남긴 쪽지처럼 엽서에 글을 쓰고 아줌마, 아저씨에게 엽서를 보내러 우체국에 간다고 말한다. 아저씨가 지름길을 알려주고 안나는 지름길이라고 적힌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우체통에 엽서를 넣은 안나는, 엄마와 딸로 보이는 일행이 등장하자마자 황급히 자리를 피하듯 그 자리를 빠져나온다. 안나를 본 여자아이는 안나를 보고 처음 보는 애라고 하는데, 안나는 정신없이 달리다가 계단에서 한 바퀴를 구른다. 그리고 아주 멋진 집을 보게 되는데 안나는 그 집을 어디선가 본 거 같다고 말한다. 6
물이 있으니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을 걸어서 눈에 담은 집 근처로 온 안나. 살짝 열리는 문에 실례하겠다고 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커튼 그 사이로, 창문 틈새로 내부를 보는데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안나는 빤히 집을 바라보고 그러다가 잠시 잠에 든다. 그 사이에 안나가 그 집을 보고 물을 건너올 때와 달리 가득 차 올라 있어 곤란해하던 찰나에, 누군가 배를 끌고 와 안나를 태워준다. 할아버지가 태워주는데, 곰 같다고 생각하는 안나.
잠시 고개를 돌려 그 집을 보니 불이 켜져 있는데, 다시 보니 또 꺼져 있었다.
안나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세츠 부부에게 말한 모양이다. ‘밀물 썰물에 경치가 완벽하게 달라지지?’라고 말하면서도 그 사람이 여자를 배에 태웠다는 말에 신기해하는 세츠 아줌마. 아저씨는 그 사람이 말은 없어도 착한 사람이니, 다음에도 또 태워달라고 말하라고 한다. 아저씨가 습지 저택에 가면 안 된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물으니 귀신이 나온다고 한다. 아무도 안 사는 거 같다고 말하는 안나에 그렇다고 말하는 세츠. 예전엔 외국인들이 별장처럼 이용하고 지금은 주인이 몇 번 바뀌어서 비어있다고 말한다.
안나는 꿈을 꾼다. 물을 걷는 꿈. 점점 깊어져 허우적거리다가 문득 그 습지 저택에 금발의 아이가 앉아 있고 누군가 그 금발을 빗겨주고 있는 장면을 꿈으로 꾼다. 안나는 스케치북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 오겠다고 세츠 부부에게 말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요리코가 걱정한 것과는 달리 적응을 잘하는 거 같다고 말하는 세츠 부부.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쓰레기를 주워서 오라고 한다. 아이들이 어제 안나에게 배를 태워준 사람을 도이치라고 부르는데, 도이치는 10년에 한 번 말한다고 하면서 벙어리 도이치라고 마을 아이들이 놀려댄다. 안나는 도이치에게 배를 태워달라고 부탁하고 그 배에 앉아 습지 저택을 그린다. 여담이지만, 안나는 정말 그림을 잘 그린다.
다음날 또 그림그리러 가는 안나. 그런 안나를 세츠가 불러 세운다. 세츠도 나갈 일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한다. 세츠가 간 곳에는 안나보다 1살 많은 노부코라는 아이가 있다고 한다. 내일 축제에 노부코와 함께 안나랑 같이 가면 되겠다고 말하고 세츠는 안나에게 딸의 유카타가 있으니 입고 가라고. 노부코에게 말해둘 테니까 들어오라고 말하는 노부코의 엄마. 세츠는 들어가지만 안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가보겠다고 한다. 7
어울리는 거 좋아하네. 오지랖도 참.
안나는 사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른들의 성사에 그렇게 하겠다고 그저 답을 한 것일 뿐. 도이치를 찾으러 온 안나는 텅 빈 배만 있는 걸 보고 없다는 걸 알고 돌아가려던 찰나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 할머니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보게 된다.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앉은 안나. 노부코는 학원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그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안나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대로 집으로 직행.
안나는 또 꿈을 꾼다. 누군가 또 금발 아이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는 그 장면을. 일어나보니 유카타가 있다. 축제가 싫다고 말하는 안나. 그러나 밤이 되고 나니 어느새 유카타를 입고 노부코 일행과 같이 길을 걷고 있는 안나다. 노부코는 안나에게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삿포로라고 답하는 안나. 노부코는 왜 시골에 왔냐고 물어보는데 안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일본 축제인 거 같은데 뭔가 순차적으로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노부코는 안나를 발견하고 안나라고 부른다. 노부코는 안나가 들고 나온 소원 쪽지를 읽게 되고 매일 평범한 일상을 보내게 해달라는 안나의 소원을 보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노부코는 안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게 되고 안나의 눈동자가 예쁘다고 외국인처럼 파랗다고 말하는데, 안나는 자신한테 신경 끄라고 하며 뚱돼지라고 부른다. 그래 놓고 안나는 아차 싶어 하는데 이때 노부코는 8평범하지 않다는 의미를 알겠다고 한다. 하지만 평범한 척 해봐야 소용없고 넌 그냥 너처럼 보인다고 말해주는 노부코. 노부코는 싸움은 여기에서 끝내자고 하고 같이 움직이자고 제안하는 노부코를 뿌리치고 가버리는 안나.
계단을 내려오면서 눈물을 훔치며 도망친다. 조금 뛰었다고 기침하는 안나. 이내 몸을 웅크리고 울음을 터트린다.
나는 나처럼… 못생기고 멍청해. 퉁명스럽고 툭하면 짜증 내고. 그래서 난 내가 싫어. 그래서 모두 나를….
회상 장면이 나오는데 어릴 때 안나는 의자에 앉아 있는다. 금발머리 인형을 꼭 품에 껴안은 채로. 어른들은 저마다의 말을 한다. 안나의 의사는 들어줄 의사가 있긴 한 건지 안나는 인형만 꼭 껴안은 채로 있는다. 촛불이 켜지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안나는 집에 돌아가야겠다고 하는데 근처 배 위에 촛불이 켜진 것을 보게 된다. 안나가 발견하자마자 꺼져버리는 촛불. 안나는 그 배를 타기로 한다. 노를 저어 그 습지 저택을 향해 간다. 거의 와닿아서는 노가 움직이지 않는다.
위기 상황에 봉착한 안나. 그런데 그 습지 저택에서 나온 금발의 여자아이가 밧줄을 자신에게 던지라고 하며 도와준다. 맨발로 뛰어나온 금발벽안의 여자아이는 안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본다. 안나는 처음 본 애한테 인간이 맞냐고 물어본다. 안나는 꿈에 나온 여자애랑 똑같이 생겼다고 하니, 여자애는 ‘꿈에서?’라고 물어본다. 안나가 넘어질 뻔한 걸 잡아주는 여자아이는 “꿈이 아니야.”라고 말해준다. 9
여자아이는 안나의 이름을 물어보고, 너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안나는 자신을 본 적이 있냐고 물으니 여자 아이는 많이 봤다고 말한다. 안나는 최근에 왔는데, 너는 언제부터 여기 살았냐고 묻는데 여자아이는 줄곧 여기에서 살았다고 한다. 인기척이 들리자 여자 아이는 안나를 데리고 몸을 숨긴다.
문이 열리고 어른 셋이 등장한다. 드레스를 입은 여자, 정장입은 남자, 일본식 옷을 입은 할머니. 어른이 하는 이야기 중 ‘그 아이’는 어디 있냐고 묻는 대화 내용이 들린다. 방에 없다는 ‘그 아이’. 문이 닫히고 나니 여자 아이는 돌아가 봐야겠다고 한다. 안나는 저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냐고 묻고 여자 아이는 평소라면 침대에 있을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상하리라만큼 이름은 말해주지 않는다.
여기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데, 사실 안나가 타고 온 배는 그 여자아이의 배였고 안나를 위해 일부러 놔둔 배라고 말한다. 노를 저을 줄 알고 놔두었다고 말하는 여자아이와 안나 또한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한다. 안나를 데려다주는 여자아이.
넌 내 소중한 비밀이야. 누구에게도 말 안 했고 앞으로도 안 할거야. 누가 알기라도 하면 엉망이 될 테니까.
노를 젓던 여자아이가 노를 젓는 걸 멈추다가 말한다.
부탁이야. 나랑 약속해줘. 우리 둘에 대해선 비밀이야, 영원히!
안나는 약속한다. 비밀이라고. 초승달이 떠오른, 달이 비친 그 강 같은 곳에 배를 탄 둘만이 남긴 약속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온 안나는 유카타 아랫부분이 젖은 걸 보게 된다. 발소리를 작게 하려고 발걸음 옮기자 집안에서 노부코 엄마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우리 애가 너무 울어서 퉁퉁 부었고 얘한테 뚱돼지라고 했다고, 거기에 칼까지 보여줬다고 말한다. 본인에게 직접 들을 테니 안나를 데리고 오라고 말하는 노부코 엄마. 지금 집에 없다고 말하니 어린애가 밤늦게까지 안 돌아오고 얼마나 불량하냐고 말하는 노부코 엄마. 세츠 부부는 안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지만 세츠가 마지막으로 뚱돼지라는 말은 너무했다고 말한다. 10 11
엄마에게 온 엽서를 보며 역시 걱정이 많다고 말하는 안나. 안나가 보낸 글씨 큰 엽서와 달리 엄마의 엽서는 작고 빼곡하게 안나를 걱정하는 내용을 담아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일본어를 모르니, 어떤 걱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면서 안나는 자신이 그린 그때 그 금발 여자아이의 그림을 본다. 세츠가 밥 먹으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안나는 시계를 보고 밀물까지 2시간이 남았다고 말한다.
안나는 그때 배를 탔던 공간을 향해 달려가 보고 노를 저어 오고 있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 여자아이는 어서 타라고 하면서 소풍을 가자고 한다. 주스랑 과자를 챙겨왔다고. 안나는 여자아이를 보고 노를 잘 젓는다고 말하는데, 여자아이는 안나에게도 너도 연습해야지, 하고 노를 젓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12
비밀이라고 한 말 기억하냐고 물으니,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는 안나. 갑자기 손을 놔버리는 여자아이. 갑자기 놔버리면 어쩌냐고 하는데 안나는 노를 잘 젓게 된다. 안나는 아직 너의 이름을 모른다고 하니 여자아이는 자기가 이름을 말 안 했냐고 말하면서 마니라고 말해준다. 안나는 이미 알고 있는 줄 알았다고 말한다. 13
마니는 안나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조금씩 알아가고 싶다고 천천히 하나씩 알아갈 거라고 한다. 마니는 서로에게 하루에 세 가지씩 묻자고 제안한다. 마니부터 첫 질문을 한다.
마니 | 넌 왜 이 마을에 있어?
안나 | 천식이라서 의사 선생님이 공기 좋은 곳에 가서 잠시 쉬다 오라고 했어. 그래서 아줌마 친척 집에 있어.
병이냐고 물으니 평소에는 괜찮다고 말하는 안나. 마니가 아줌마가 누구냐고 물으니 안나가 자신의 질문 차례라고 말한다.
안나 | 넌 그 저택에 살아?
마니 | 할머니랑 하녀랑 같이 2살 때부터 계속 같이 살았어.
안나는 마니의 엄마 아빠에 대해서 물었는데 마니는 둘 다 너무 바빠서 아주 가끔 온다고 한다.
마니 | 그 아줌마는 누구야?
안나 | 내 보호자야. 하지만 날 귀찮게 생각해서 당분간 여기에 맡긴 거야.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나중에 자세히 말해주겠다고 한다.
안나 | 형제는 몇이야?
마니 | 외동이야.
너도 그렇냐고 말하는 안나. 형제가 있으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봤다는 안나.
마니 | 친척 아줌마 집은 어때?
안나 |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니. 그런데 안나의 시야가 흐려지면서 생각이 나질 않는 안나. 한참을 생각한 안나가 눈을 감았다가 뜨니 배에 혼자 남겨진 안나. 안나는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하고 마니를 부르는데 마니 또한 안나를 부르며 달려온다. 마니 또한 놀란 모양인데 갑자기 없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마니가 안나에게 말한다. 안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고 질문에 대답하려고 했는데 대답하려고 했다가 갑자기 질문을 까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파티는 무리라고 말하는 안나에게 마니는 꽃을 안나에게 꽂아 주며 괜찮다고 말한다. 습지 저택에 수많은 음식과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입구에서 쭈그려 앉아 있는 안나. 이내 예쁘게 입고 나온 마니를 보게 된다. 마니는 할멈의 숄을 몰래 가져왔다며 안나에게 둘러주고 안나는 걸리면 혼날 거라고 하는데, 마니는 아빠에게 말을 해두었다고 말한다.
저택에 들어오자마자 할멈은 마니에게 잘 시간이라고 말하고 안나가 멋대로 자신의 숄을 뒤집어쓴 걸 보며 화를 내는데, 마니는 안나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마니에게 못된 장난을 치려고 그러는 것이냐고 말하는 할멈. 할멈에게 이불을 뒤집어 씌운 마니는 할멈이 흘린 열쇠를 주워 자신의 방문을 바깥에서 잠가버린다.
마니의 아빠는 안나를 ‘꽃을 파는 소녀’, ‘딸의 친구’라고 표현한다. 마니의 엄마에게 가장 먼저 꽃을 팔게 된 안나. 마니의 엄마는 자신 대신 꽃값을 지불할 사람을 찾는데 모두가 다 와서는 돈을 내밀었다.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이게 된 안나는 그걸 버티지 못하고 꽃이 든 바구니를 마니의 아빠에게 건네고 구석으로 자리를 잡는다.
마니의 엄마는 주변 어른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마니는 어떤 남자와 인사를 나눈 뒤 춤을 추고 마니의 아빠는 안나에게 건강을 기원하며 와인을 준다. 뭔지도 모르고 마신 안나는 그만 술을 들이켠다. 바깥에서 술을 마시고 안장 있는 안나에게 마니는 술주정뱅이~ 하고 놀리는데, 안나는 숄을 정리하며 마니에게 같이 춤춘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 마니는 가즈히코라고 말하며 소꿉친구라고 말한다.
춤도 잘 춘다고 말하는 안나에게 마니는 다가와서 안나와 같이 춤을 추자고 한다. 안나는 춤을 못 춘다고 하지만, 마니는 괜찮다고 표현하면서 자신에게 몸을 맡기면 된다고 말한다 함께 춤을 추는 안나와 마니. 빙글빙글 춤을 추다가 엉거주춤한 안나. 이내 둘은 웃음을 터트리고 마니는 안나를 꼭 안으면서 또 나를 찾아달라고 말하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약속이라고 말한다.
우체통을 지나려던 차량 한 대가 멈춰 서고, 거기에서 흙투성이에 쓰러진 안나를 발견한 이웃들이 자고 있는 안나를 세츠 씨에 데려다준다.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안나는, 한짝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세츠의 딸이 신었던 신발을 빌려 신은 안나는 이내 자신의 신발을 빨리 찾아낸다. 신발을 보고 ‘마니’를 불러보는 안나.
또 걸어서 습지 저택을 향해 걸어간다. 또 텅 빈 것 같은 공간을 본 안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세츠를 도와 크고 달고 맛있는 토마토 딴다.
안나가 칼질을 제법 잘한다고 말하는 세츠. 안나는 아줌마가 가르쳐준 것이라고 말하니 세츠는 안나가 예의 바르고 집안일도 잘한다고 칭찬하면서 우리 딸한테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세츠는 요리코 집에 안나가 처음 왔을 때를 생각하며 요리코가 엄청 좋아했다고 한다. 안나가 없었던 5년을 메워보겠다고 뭐든 하려고 했다는 요리코. 요리코가 가르친 칼질도 아마 그중 하나일 거라고 말하면서 요리코가 걱정이 너무 많아 매일 전화한다는 세츠. 요리코가 안나의 사진도 잔뜩 보냈으니 같이 보자고 한다.
신혼여행 갔을 때 만든 풍경으로 만든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일본 배경에서 자주 보이는 건데 창가에 달아주면 바람에 흩날려 종소리같이 들리는 무언가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그걸 들고 온 아저씨가 이걸로 여름을 잘 보내보자고 한다.
안나는 낮잠을 잔다. 요리코가 보낸 사진을 침대에서 본 것 같은 흔적이 있다. 자고 일어 나서 스케치북이 그려진 마니의 그림과 마니라고 적혀놓은 가타가나를 보게 된다. “마… 니?”라고 말을 하는데, 사실 기억이 안 나는데 더듬거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때 마니의 목소리로 “나를 찾아줘.”라는 소리를 듣게 되고 안나는 시간을 확인한다.
안나는 마니를 잊어버릴 뻔하다니, 이러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마니를 찾아 습지 저택으로 왔는데, 마니를 찾아볼 수가 없다. 날씨가 흐려진다. 구깃해진 하늘은 비를 쏟아내고 그렇게 안나는 습지 저택에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안나는 그림을 그리는데, 어느 할머니가 옆에서 그림을 그려도 되냐고 묻는다. 할머니는 안나가 그린 마니를 보고 자신이 아는 애랑 닮은 거 같다고 한다. 덧붙여 그 애가 착했다고. 그러니 안나도 이 아이가 착한데, 자신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만나지 못한 지 일주일이나 지났다고 한다. 할머니가 말하길 친구라면 금방 화해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할머니가 자신의 그림을 봐줄 수 있냐고 물어보고 안나는 할머니가 그린 그림을 보게 된다.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을 히사코라고 밝히며 습지 저택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안나와 할머니의 그림의 차이는 안나는 연필로만 그리지만, 할머니는 여러 가지 색채로 습지 저택을 색칠한다. 색을 많이 써서 너무 지저분해 보이지 않냐고 걱정을 할 정도?
안나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며 습지 저택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히사코는 그리려면 빨리 그려야 한다고 말하며 누군가가 저 땅을 사서 재건축할 거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안나는 습지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습지 저택은 일부 공사 중이다. 빨간 안경을 쓴 소녀가 2층 창문을 열고 안나를 쳐다본다. 안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돌아가려던 찰나 네가 마니냐는 물음을 듣는다.
빨간 안경을 쓴 소녀가 이끄는 대로 온 안나. 집 앞쪽으로 데리고 온 것. 안나가 처음 본다고 하니, 꽤 지저분했는데 열심히 치워서 이 정도라고 말하는 빨간 안경을 쓴 소녀. 소녀는 집안으로 인도한다. 안나는 집안에 들어와서 자신이 있었던 그 구석진 공간을 본다. 빨간 안경을 쓴 소녀는 2층으로 안내하고 자신의 방을 소개해준다. 빨간 안경의 소녀는 안나를 마니라고 부르며 마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안나는 당연히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데 마니가 아닌데 왜 이 방을 바라보고 있었냐고 묻는다. 이 방에서 계속 보였다고 말하니 안나는 이 집이 좋아서 쳐다본 거라고 말한다. 안경 쓴 소녀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마니라고 부를 때 놀라지 않았냐고 말한다. 안나는 묻는다. 이 소녀는 마니를 어떻게 알아서 마니라는 이름을 부르는가.
소녀는 답한다. 선반에서 일기장을 발견했다. 마니의 일기장. 빨간 안경의 소녀는 네가 좋아하는 퀸 메리 홍차를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비켜주는데 안나는 마니의 일기장을 읽어본다.
밤의 습지와 공기가 좋았다고 말하는 마니,
하지만 파티가 끝나고 할멈에 의해 방에 갇혔다는 마니 15
그 뒤에 일기 여러 장이 찢겨 나가 있다. 그 사이에 빨간 안경 소녀는 마니가 맞지? 하고 묻지만 안나는 아니라고 말한다. 마니는 안나가 만들어낸 거라고 한다. 안나의 상상 속의 소녀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실제 여기에 살았던 거 같다고 말하는 안나. 안나는 마니가 아니라고 말한다.
빨간 안경의 소녀는 사야카로 안나가 마니가 아니라는 사실에 시시하다고 하지만, 마니를 꼭 찾아보겠다는 사야카. 안나는 침대에 누워 자신이 그린 마니를 보며 너는 도대체 누구냐고 하면서 잠에 든다.
꿈속에 안나는 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뒤에서 나타난 마니. 꿈속의 마니를 꼭 껴안아주는 안나. 안나가 그린 그림을 바라보는 마니는 너무 잘 그렸다고 말하며 누군가가 자신을 그려준 것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안나는 마니에게 말한다. 보고 싶었다고. 계속 네 이름을 불렀다고 말한다. 마니 또한 그랬다고 한다. 안나는 자신의 방으로 가자고 말한다. 마니는 저택 근처에서 떠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마니가 가고 싶은 데로 가자고 말하는 안나. 마니와 함께 버섯을 따러 다니는데, 마니는 버섯을 잘 알고 있다. 아빠와 함께 따러 다녔고 큰 자루로 3개를 해서 갔는데 엄마가 놀랐다고 말한다. 안나는 따라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넌 행복한 사람이다고 말하면서 내가 너였으면 좋았을 거라고 말한다.
마니는 그런 안나의 손을 잡아주며 이야기해보라고 한다. 이때부터 나오는 안나의 속마음. 안나는 입양 됐다. 친부모는 어릴 때 돌아가셨고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물론 일부러 죽은 건 아니지만, 가끔 화가 난다고 한다. 안나 혼자만 놔두고 간 걸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안나는 그렇게 마니를 놔두고 앞장서 걷는다.
마니는 말한다. 안나가 더 나은 거라고 차라리 입양된 게 나은 거라고. 돌봐줄 친척도 없는데 양녀로 받아준 엄마, 아빠야말로 진짜 고마운 사람이 아니냐고 말한다.
안나는 아줌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에게 잘해주고 친절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안나. 친자식도 아닌데 키워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지만, 안나는 무언가를 봤다. 돈을 받는 것을. 구청에서 온 편지를 본 안나. 그 안에는 안나에게 주는 지원금을 늘리기로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마니는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냐고 하지만, 안나는 사정은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러냐고 말한다. 본인이 친딸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친딸이 아니라서 지원금을 받고 있는 거라고 말하며, 게다가 자신에게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는 말을 한다.
회상 장면에선 엄마가 돌아오니 안나가 황급히 구청에서 온 편지를 숨기고 앉아 있는데, 이때 엄마는 24가지 색의 색연필을 안나에게 주고 있었다.
마니는 그래도 그 일과 그 사람의 사랑은 별개일 거라고 말하지만, 안나는 아니라고 한다. 친구들은 돈 안 받는데 우리 집만 돈을 받는다는 거고, 아줌마는 안나에게 들킬까 봐 근심이 가득하다고 말하며, 그런 걸 눈치 보고 있는 자신도 싫다고 말한다. 그 일로 안나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하며 울음을 터트린다. 마니는 안나를 꼭 껴안아주면서 위로한다.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어. 안나, 난 널 사랑해. 지금까지 만난 누구보다 널 좋아해.
울음을 그친 안나는 마니의 비밀을 알려달라고 말한다. 아빠랑 버섯 따러갔던 건 아주 어렸을 때 이야기라고 말하는 마니. 엄마는 매일 여행 중이고, 아빠는 일이 바빠서 1년에 두 번 밖에 오지 않으며 그 저택에 있는 건 할멈과 쌍둥이 가정부 그리고 자신 뿐이라고 한다. 그들이 자유롭게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마니는 몰래 나온다고 한다. 그러면 이렇게 자유롭다고 말한다. 엄마, 아빠가 오면 정말 신이 난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는 마니.
마니 | 안나, 앞으로도 계속 내 친구가 돼줄 거지?
안나 | 응, 우린 영원히 친구야.
할멈은 늘 기분이 좋지 않아 마니의 팔을 세게 잡거나 머리를 마구 빗질한다. 챙겨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때가 있다고 한다.
마니는 모래성을 만들면서 힘든 이야기를 꽤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하녀 언니는 마니를 겁주는 걸 좋아한다고 하며, 어릴 때 종종 괴롭혔다고 한다. 마니를 창고에 가둬두고 귀신이 마니의 영혼을 가져가게 할 거라고 겁을 주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나온 창고라는 말에 안나는 자신이 차 타고 왔을 때 봤던 곡식 창고를 말하는 거냐고 한다. 마니는 실제로 한 번 끌려갔다 한다. 마니는 죽을 만큼 무서웠다고. 도착한 순간 날이 깜깜하고 천둥과 번개가 쳤다고 한다. 하녀 언니들이 겁먹고 들어가지 않게 됐다고 한다.
할멈과 하녀 언니들 벼락이나 맞으라고 말하는 안나. 마니는 놀란 표정으로 마니를 바라보다가 모래성을 마저 매만진다. 마니는 안나에게 묻는다. 누가 너를 괴롭힌 적은 없느냐고. 일부러 괴롭힌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하는 안나. 마니는 그게 행복한 거라고 네가 부럽다고 말한다. 이때 물길이 들어 모래성이 무너져 내린다. 성이 무너져 내렸다고 일어나 있는 마니를 꼭 껴안아주는 안나.
안나 | 가엾은 마니. 나도 네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지금까지 만난 누구보다…….
마니 | 기뻐.
너랑 난 서로 바뀐 거 같다고 표현하는 안나와 마니. 그렇게 웃음이 터진다. 밀물이 몰려든다. 안나는 마니에게 제안한다. 내일 창고에 가보자고 진짜 귀신이 나오는지 확인해 보러 가자고 말이다. 아니, 당장 가자고 말하는 안나는 마니의 손을 잡고 이끈다. 안나는 마니가 이제 누구인지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고 마니를 돕고 싶다고 생각한다. 안나는 마니의 손을 끌고 이끌면서 괜찮냐고 묻는다. 마니는 안나와 함께라면 괜찮을 거 같다고 말한다.
이때 마니는 앞서 걷기 시작하는데 누군가 안나를 부른다. 저택으로 이사 온 빨간 안경 소녀 사야카가 자전거를 탄 채로 안나를 부르고 있다. 마침 잘 만났다고 하면서 찾았다고 말한다. 주어가 없지만 뭔가를 찾았다고. 고개를 돌린 안나는 앞서 걷던 마니가 보이지 않는다. 사야카는 자신의 가방에서 일기가 더 있었으니, 우리 집에 가자고 말한다. 안나는 나중에 가겠다고 말하며 곡식 창고로 향한다.
곡식 창고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인데, 쥐가 있고 난리다. 위 쪽에서 누구냐고 묻는데, 마니다. 위쪽에 마니가 있는 걸 보고 안나가 올라가는데 마니는 코드 같은 외투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마니는 안나를 소꿉친구인 가즈히코라고 부르면서 무섭다면서 아래에 뭐가 있는 거 같다고 말한다.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며 우는 마니. 안나는 자신이 안나라고 말해주고 나니 마니는 안나의 이름을 부르면서 꼭 껴안는다. 더 무시당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안나는 용기가 있다고 여기까지 온 게 용기가 있는 거라고 말해준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곡식창고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안나는 단순한 바람 소리라고 말하고 코드로 안나를 덮어주고 돌아가자고 말한다. 내려가려고 보니 상당한 높이다. 안나가 내려가려고 하니 마니는 자신만 두고 가지 말라고 한다. 이때 번개가 치고 놀라기 시작한 마니는 몸을 잔뜩 웅크린다. 마니는 겁을 잔뜩 먹은 채 무섭다고 말하고 안나는 그런 마니를 다독인다.
안나는 꿈을 꾼다. 자고 있는 자신의 손을 할머니가 다독여주는 그런 꿈. 그리고 화면이 변해서 창고 안에서 마니가 쭈그려 앉아 울고 있는데 코트를 덮어주는 가즈히코가 있었다. 안 오는 줄 알았다고 말하는 마니. 울음을 터트리는 마니를 꼭 안아주고 집에 돌아가자고 말해주는 가즈히코. 꿈에서 깬 안나는 마니가 완전히 사라져 없어진 걸 보고 마니를 찾아 헤맨다.
마니가 자신을 두고 가버렸다며 안나는 빗속에서도 달린다. 과거 회상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장례식장으로 추정되며 안나는 금발의 인형을 꼭 껴안고 있다.
너도 날 버리다니.
회상 속의 안나는 번개 치는 날에 몸을 옹송그리고 귀를 틀어막았다. 빗속에 울음을 터트리며 달리던 안나는 그만 나무에 걸려 넘어지게 된다.
사야카가 침대에 앉아 있는데 마니의 찢어진 일기 뒷부분은 온통 가즈히코에 대한 이야기다. 가즈히코가 마니를 창고에 데려가려고 한다는 내용이다. 이때 노크소리가 들리는데 오빠가 노크하면서 엄마가 옥수수를 해놨다고 먹으랬다는 말을 하는데 사야카는 오빠를 꼬셔서 창고에 가자고 한다. 오빠가 참 착한 게 같이 와준다. 옥수수가 얼마나 맛있는데…….
사야카에 의해 안나는 발견 되는데 이미 열이 상당한 상태의 안나. 안나는 사야카에 의해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열이 내리지 않는 안나.
안나는 또 꿈을 꾼다. 꾸깃한 얼굴을 한 하늘, 잠옷 차림으로 꿈을 꾸면서 마니가 너무하다고 한다. 용서 못한다고. 자신을 두고 말없이 가버렸다고 표현하는 안나. 이때 2층에 있던 마니는 잠겨있던 창문의 걸쇠를 부스고 창문을 열어 안나를 부른다. 16
안나 | 왜 나 혼자 두고 간 거야?
마니 | 미안해. 그럴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 넌 그때… 거기 없었단 말이야.
안나 | 무슨 뜻이야?
마니 | 안나, 나. 난 이제 여기에 있을 수 없어. 너랑 작별해야 해. 그러니까 부탁해. 날 용서한다고 말해줘. 안나….
안나 | 물론이야, 널 용서해. 마니, 난 널 좋아해. 널 잊지 않을 거야! 절대 잊지 않아 영원히!
눈물을 펑펑 흘리는 소녀 둘. 물이 가득 차오르고 겨우 풀 하나를 붙잡고 올라온 안나. 이내 햇살이 비추며 습지 저택에 색이 입혀진다. 안나의 얼굴은 평온하다가 웃음으로 가득 채워진다.
해가 떴다. 안나는 나았다. 세츠가 사야카가 놀러 왔다고 하니 안나는 나가겠다고 한다. 방 안에는 엽서 한 장이 있다. 안나가 그림의 90%를 가득 채워놓았고 가장 밑에 아줌마와 같이 보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엽서가 있다. 안나는 사야카를 만난다. 사야카는 병문안 선물을 주고 일기장 후속 부분을 보여준다. 후속 부분을 보자마자 왜인지 안나가 창고에 있을 거 같다고 말한다. 사야카는 또 선반 안쪽에 있는 그림 안에서 찾았다고 한다. 뒤에 보면 ‘마니에게 히사코가’라고 되어 있다.
히사코는 바로 그 그림을 그리던 할머니. 히사코는 마니의 일기장을 보게 되고, 안나는 마니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히사코는 아주 슬픈 이야기라고 앞서 말해둔다. 상당히 오래전 일이라고 하는데, 히사코는 습지 저택에 자주 놀러 갔다고 한다. 마니도 아주 어렸을 때라고 한다. 마니는 훌륭한 부모님과 파티 이야기를 늘 신나서 이야기하곤 했다고 한다. 사실은 관심 밖의 아이였다고 한다.
혼자 있기 싫다고 말하는 마니를 놔두고 가버리는 엄마. 마니를 괴롭히는 가정부. 그 이후로 마니는 삿포로에 가서 소꿉친구인 가즈히코랑 결혼을 했다고 한다. 가족과 떨어져 외로워했던 마니는 가즈히코가 늘 지켜줬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안나는 안도한다. 가즈히코가 좋은 사람이어서 다행이라고. 그로부터 2년 후 에미리가 태어났고 따뜻한 가정을 힘겹게 얻은 마니는 정말 행복했다고 한다. 그 이후 한동안 마니를 보지 못했다는 히사코. 다시 마니를 만나게 된 건 가즈히코가 죽고 몇 년 지났을 때였다고 한다.
마니는 남편이 죽은 충격에 사나토리움에 들어갔다고 한다. 사야카는 에미리는 어떻게 됐냐고 하니 에미리는 마니의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초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고 13살이 되었을 때는 완전 딴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반갑게 부르는 마니를 무시하고 걸어가는 에미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삐뚤어진 독립심이라고 히사코는 표현했다. 에미리는 마니가 병 때문에 쓰러졌지만 어린 자기를 버렸다고 심하게 원망했다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은 화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17
에미리는 가출하고 결혼했는데, 그 이유가 혼전 임신이어서였다. 그렇게 오토바이를 탄 애인과 함께 마니의 곁을 떠난 에미리. 마니는 전화 한 통을 받게 되는데…. 에미리 부부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마니는 손자를 데려와서 절대 외롭지 않게 키우겠다고 결심하고 키우지만, 딸의 죽음이 너무 큰 상황이라 무서운 병에 걸려 이듬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것도 10년도 더 된 이야기라고 한다.
울음이 터진 사야카와 안나. 슬픈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는 히사코에게 안나는 되려 고맙다고 말한다. 마니는 저 저택을 좋아했다. 창문에서 보이는 습지 풍경을 좋아했고 새들이 말을 거는 것 같아 좋아했고 많이 외로워했지만 늘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행복해지려고 웃으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히사코는 안나에게 너도 마니를 봤나 보네, 하고 말한다.
기차가 멈추고 할머니가 내리고 요리코가 내려온다. 사야카와 안나는 도이치의 배를 얻어 타고 있었는데 사야카는 아쉽다고 말한다. 안나는 원래 여름방학 동안만 있을 예정이었다고 하고 사야카가 여름방학마다 오라고 하니, 올 거고 편지를 쓸 거라고 안나는 대답하고 서로 편지를 쓰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사야카는 일기장과 그림은 원래 있던 자리에 두었다고 한다. 가족에게는 말 안 했다는 사야카. 둘만의 비밀이라고 말하는 사야카. 마니 덕분에 둘이 이어진 거라고 말한다. 18
마니. 푸른 창문 안에 갇혀 있던 소녀지.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도이치의 말을 여기에서 들을 수 있게 된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요리코는 안나를 향해 인사하고 안나는 대뜸 서서 인사하려다가 넘어질 뻔한다. 여기서도 아줌마라고 부른다. 세츠 부부는 요리코를 반겨주고 요리코는 감사인사를 건네는데 세츠 부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일단 들어오라고 하며 집안으로 들어선다.
요리코는 안나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다고 하는데, 매달 네 앞으로 보조금이 나오고 있다고 말해준다. 돈을 받는 거라고 하며 안나에게 말할까 말까 고민을 했다고 한다. 안나는 괜찮다고 하지만 요리코는 구청 보조금 상관없이 안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안나는 아줌마가 직접 말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아줌마가 보내준 사진 매일 봤다고 말하는 안나.
요리코는 오래전 사진을 보고 정리하다가 나온 사진이라며 무언가를 주는데 습지 저택의 오래된 사진을 보여준다. 처음 왔을 때 안나가 손에 쥐고 있던 사진이라고 한다. 보육원 사람 말로는 할머니 거였다고 한다. 뒤에는 「내가 사랑하는 집 마니」라고 적혀 있었다.
춤을 추고 있던 마니도, 자고 있던 안나를 토닥여주던 할머니도 사실 마니였던 것이다. 할머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손녀인 안나에게 해주었다. 무서운 순간에 와준 할아버지가 잘 견뎠다고 칭찬해 주었고 무서운 걸 많이 극복해 왔다고 하며 안나에게도 괜찮을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마니가 자신의 머리핀을 손녀에게 해주는데, 그게 처음부터 끝까지 안나가 하고 있던 머리핀이었다.
안나는 돌아가려던 길에 노부코에게 사과하는데 다음에는 너도 와서 쓰레기 주우라고 말하는 노부코. 친구냐고 묻는 요리코에 그런 편이라고 말하는 안나. 안나는 히사코 할머니에게 가서 삿포로에 돌아간다고 한다. 좋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히사코. 그리고 요리코를 엄마라고 소개하는 안나. 요리코는 요리코 답게 인사하고 히사코는 다음에 같이 또 그림을 그리자고 한다. 정말 굉장한 사실이 있는데 편지를 쓰겠다고 말하는 안나. 19
도이치의 배를 얻어 타고 있는 사야카와도 인사를 하고 습지 저택을 보는 안나는 마니가 손을 흔드는 장면을 보지만 이내 창문이 열려 흔들리는 커튼만이 보인다. 안나는 자신의 스케치북을 열어본다. 여태껏 연필로만 그려졌던 그 스케치북에는 이제 색채가 존재한다. 마니라는 색채가, 안나의 스케치북에 담겨 있다.
3. 「추억의 마니」 느낀 점
「추억의 마니」를 솔직히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봤다. 미안하게도 난 안나의 외모만 보고 남자앤가? 그렇게 생각했고 초반부, 안나가 쓰러지기 전까지만 해도 안나라는 이름조차 몰랐다. 마니가 누군지도 몰랐다. 안나가 마니인가 싶었지만, 안나는 마니가 아니니 그런가 보다 싶고. 게다가 내레이션으로 고리 어쩌고저쩌고 하길래 안나가 다른 세계에서 온 인물인 줄 알았다.
더 솔직히 말해도 되는가? 영화 보면서 두세 번은 울었다. 감수성이 풍부한 건가? 그럼 그렇다고 해두자.(찡긋)
음…. 사실 나는 한 가지 가설을 해두고 보았는데, 안나의 어린 시절을 보여줄 때 안나가 금발의 인형을 꼭 안고 있는 것이 보였다. 금발의 인형이 웨이브가 있었고 마니의 외형이 그 인형과 많이 닮아 보여서 사실 난 그 금발 인형이 마니의 형상으로 나타났다고 가설을 세워두고 보았다.
그런데 가설을 세워놓고 보는데 이상하다. 인형이…, 부모님이 있고 할멈과 가정부가 있는데 할멈과 가정부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소꿉친구도 있다? 여기서부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적어도 마니는 안나가 사는 시대의 사람이 아닐 거라는 점? 시간의 뒤틀림까지는 모르겠고 사야카가 습지 저택에 이사 온 시점에서 그렇다. 적어도 지금 저 습지 저택에 사는 인물은 아니라는 것. 사실 세츠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렇다. 20
안나와 연관이 되어 있을 거라는 가장 큰 복선은 눈동자라고 볼 수 있겠다. 지브리는 보여주고 있었다. 노부코라는 인물을 통해 안나의 눈동자를 한 번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그리고 마니를 보여준다. 금발의 벽안. 아름다운 금발에 홀려버린 나였지만, 벽안인 걸 보면 확실히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복기해 보니 그렇다.)
그리고 잠시 옆길로 새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노부코라는 인물이 꽤 괜찮게 느껴졌다. 안나보다 한 살이 많다고 표현됐으니 고작 13살쯤 되는 아이가 저렇게 어른스러운 말을 하고 저렇게 대처한다는 점에서 참 성격 좋다 싶었다. 노부코 같은 애는 앞으로 행복해야 한다. :)
마니의 일기장이 발견된 시점과 사야카가 마니냐고 묻는 부분에서 ‘정말 환상을 본 것과 마찬가지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안나는 환상 속의 소녀라고 마니를 표현하게 되는데, 일기장이 나온 부분에서 환상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니의 일기를 보고 마니와 안나가 분명 함께 한 일이지만, 안나를 안나라고 표현하지 않고 ‘꽃 파는 소녀’라고 표현한 점에서 마니가 겪은 일이긴 하나 ‘꽃 파는 소녀’가 원래는 안나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간 마니를 볼 수 없었던 이유도, 사실은 마니가 할멈에 의해 방에 갇혔고 그 때문에 만날 수 없는 걸 보여준다.
마니가 안나의 외할머니라는 것이 밝혀지기 전부터 기묘한 부분이 있다. 곡식 창고에 갔던 안나가 감기에 걸려 열기에 누워 있던 그 순간에 꿈을 꾸었던 그 순간. 꿈속도 비 오는 날처럼 날씨가 구렸고 그럼에도 마니를 향해 달려갔던 안나. 갇혀있던 마니는 어떻게든 안나와 대화하려고 걸쇠를 풀어 안나를 부르며 했던 그 대화.
안나 | 왜 나 혼자 두고 간 거야?
마니 | 미안해. 그럴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 넌 그때… 거기 없었단 말이야.
안나 | 무슨 뜻이야?
마니 | 안나, 나. 난 이제 여기에 있을 수 없어. 너랑 작별해야 해. 그러니까 부탁해. 날 용서한다고 말해줘. 안나….
안나 | 물론이야, 널 용서해. 마니, 난 널 좋아해. 널 잊지 않을 거야! 절대 잊지 않아 영원히!
이 대화가 그 창고에 왜 자신을 두고 갔냐고 묻는 안나와 마니의 대화라고 볼 수도 있다. 전에도 한 번 안나와 마니는 서로가 사라졌었다고 표현하니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안나가 할머니로부터 보살핌을 받았다가 할머니의 죽음으로 아무도 안나를 맡아주지 않아 결국 입양까지 이어진 상황에 안나는 마니에게 아빠와 엄마, 외할머니가 일부러 죽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을 버리고 갔고 가끔 화가 나고 자신을 혼자 두고 간 사람에게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마니는 안나의 외할머니이고.
그런 외할머니가 손녀가 하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손녀에게 하는 말이다. 단 하나뿐인 손녀에게. 자신은 여기에 더 있을 수 없다고, 너와 작별해야 한다고. 그러니까 나를 용서해 달라고.
단지 친구로서 사라지는 장면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을 손녀의 진심을 들었고 같이 있을 수 없어 미안하다며 마지막 인사를 고하며 용서해 달라고 하는 할머니와 할머니를 당연히 용서하고 좋아하며 잊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손녀의 모습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넘쳐흐르는 물 사이로 풀을 잡고 올라온 안나는 빛나는 습지 저택을 보게 된다. 흑백과 같은 우중충한 날씨에서 밝게 빛나는 햇빛으로 바뀌는 장면. 그리고 앞서 표현했듯 히사코가 그렸던 습지 저택과 안나가 그렸던 습지 저택의 차이점처럼 바뀌고, 마지막 장면에서 차에서 안나가 마니를 색칠해 놓은 것처럼 안나는 바뀌었다.
마니는 안나에게 색채를 주었다. 자신을 싫어하고 싫어하는 안나에게, 어두움에 갇혀있던 안나에게 아름다운 색채를 선물해 준다. 색연필을 주었던, 아줌마라 불렸던 안나의 양어머니인 요리코처럼. 안나에게 색채는 한마디로 사랑이 아니었을까.
따뜻한 이야기이긴 했지만, 그저 따뜻한 이야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안나와 마니는 서로를 부러워했다. 누가 보아도 마니는 있는 집안 딸에 예쁘고 착하고 파티에 여러 사람과 잘 어울리는데 안나는 그런 점을 부러워하고 마니가 바라보는 안나는 적어도 자신을 바라봐주는 상냥한 부모가 있고 ─ 마니는 관심을 주지 않는 부모보다 입양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거 같기도 하다. 여긴 추측이니까, 스킵! ─ 주변에 괴롭힘이라는 정확한 목적을 갖고 괴롭히는 사람이 없으니 안나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안나가 모르는 마니의 속사정은 엄마는 매일 여행을 다니고 아빠는 바빠서 어쩌다 한 번 온다. 할멈은 고용한 사람인 부모가 있든 없든 마니를 대하는 행동이 꽤 제멋대로인 데다가, 늘 기분이 별로라 아이를 세게 잡아당기거나 머리를 빗는데 챙겨주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 빗김질을 당하는 마니는 너무 아팠고 쌍둥이 가정부는 마니가 무서워하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곡식 창고에 가둬두려고 했고. 21
한마디로 마니는 부모의 방치와 할멈의 신체적 학대 그리고 쌍둥이 가정부의 정신적 학대까지, 알고 보면 최고로 불운한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마니는 소꿉친구인 가츠히코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가츠히코는 마니에게 잘 견뎌냈다고 칭찬을 해줬고 그렇게 이겨내서 결혼까지 하게 되고.
안나는 부모님을 잃고 자신을 돌봐주던 할머니도 잃고 더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입양이 되었는데, 입양된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부모님과 할머니가 돌아가시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돌아가셔서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노력하는 입양한 사람이 지원금을 받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 더 마음을 열 수 없었다.
둘의 불행을 비교하자는 건 아니다. 누군가의 불행을 비교하는 만큼 쓸데없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불행하면 불행한 거다. 남들 보기에 아무리 좋아 보이고 그래도. 휘황찬란한 금 사이에 둘러싸인 사람이 불행하다고 말하면 불행한 거고, 가난하고 엉망진창으로 보이는 사람이라고 해도 행복하다고 하면 행복한 것이니까.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서로가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니까. 하지만 속내를 알아가는 그 과정을 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나와 마니는 서로에게 말한다. 서로가 행복한 사람이라고.
마니는 안나에게 말한다. 이겨낼 수 있다고.
안나가 단적으로 변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마니의 영향 덕에 사야카라는 친구가 생겼고, 노부코에게 사과도 했으며, 히사코라는 할머니의 단짝이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메이트가 생겼고, 내내 아줌마라고 부르던 양어머니 요리코를 엄마라고 소개하기까지 한다.
안나에게 색채의 아름다움을 미약하게 보여준 건 히사코지만, 가장 아름다운 색채를 보여준 건 용서를 통해 본 마니의 습지 저택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색채를 계속 채울 수 있도록 색연필을 사줬던 요리코. 앞으로 물감도 사줄 거고 많은 것을 주면서 안나가 색채를 채워나갈 수 있는 부근이 생기지 않을까.
여담이지만 나는 히사코가 마니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마니가 손자를 키우게 되었다는 부근에서 설마 쟤가 안나일까 싶었는데 아니라고 판단 내린 게, 암만 봐도 손자가 남자처럼 생겨서 남자애인가 보다 했다. (처음부터 안나를 남자라고 착각하셨던 분이 이럼) 그 정도로 내가 눈썰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뭐…, 눈썰미 조금 없으면 어때. 노력해 보면 되지.
그리고 손녀인 안나가 부모님(에미리 부부)과 할머니(마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에미리가 마치 마니가 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안나는 정말 에미리를 똑 닮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4. 끝내며
음…. 내가 어릴 때 봤다면 그냥 시간의 흐름대로, 이미지가 흐르는 대로 ‘친구였던 사람이 사실 외할머니였어요.’ 정도에서 그쳤을 거 같다. 어른이 되고 나름의 가설을 세워보고 틀리고 난리를 한다. 그렇게까지 통찰력이 강한 어른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는 것, 계속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것이 내겐 너무 좋았다.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콘텐츠가 좋은 거 같다.
물론 머리가 좋지 못해서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추리를 해내거나 하진 못하지만. 보는 내내 가설도 세워보고 이것도 생각해보고 해서 좋다. 진짜 좋았다. 정말 정말 좋았다.
혹시나 어릴 때 보신 분이라면 다시 한번 보시는 건 어떨까? 색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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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불려서야 나는 이 주인공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본문으로]
- 여기에서 반 급우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사실 엄마가 나왔을 때 한 여자 아이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 남자 친구 생겼다는 여자애인 거 같기도 하다.(아닐 시 님 말이 맞음) [본문으로]
- 귀찮으시겠지만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 [본문으로]
- 가축의 사료를 저장하는 창고. 수십 년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며 요즘은 마을 애들의 담력 훈련 장소로 사용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귀신이 나온다고. [본문으로]
- 도쿄에서 요가 강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본문으로]
- 안 다친 게 용하다. [본문으로]
- 학원을 가서 집에는 없었고 대신 엄마가 맞이해 준다. 여기에서 노부코는 안나가 우체통에 넣었을 때 처음 본 애라고 말한 여자 아이다. [본문으로]
- 노부코가 또래보다 덩치가 큰 것도 있다. [본문으로]
- 대뜸 인간이 맞냐고 묻는 게, 이 여자아이의 외모가 예뻐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안나는 그렇게 물어본다. [본문으로]
- 여기에서 노부코 엄마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본문으로]
- 세츠도 살짝 덩치가 있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그렇게 표현한 거 같은데 은근히 귀여운 면모가 보인다. [본문으로]
- 여기에서 진짜 소풍 같은 느낌이 든다. 초등학생의 소풍 말이다. [본문으로]
- 자전거 배우면서 놓지 마. 놓지 마!!! 아악!!! 놓지 마!! 했는데 이미 놓아버린 그런 상황 같은 거 아닐까? [본문으로]
- 여기에서 마니는 왜 안나가 아니라 꽃 파는 소녀라고 안나를 칭하며 일기를 썼을까? [본문으로]
- 그래서 당분간 나룻배를 못 탄다는 걸 추측해 볼 수 있다. [본문으로]
- 안나는 자신의 부모님과 할머니도 자신을 두고 가버렸다고 표현한다. [본문으로]
- 병을 치료하는 요양소. [본문으로]
- 안나가 이 시골로 처음 내려왔을 때에도 할머니가 먼저 내리셨는데 그 할머니와 같은 분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본문으로]
- 아마도 마니의 손녀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말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본문으로]
- 저 집에 사는 사람이 오랫동안 없었다고 말한다. [본문으로]
- 실제로 안나의 꿈에서도 보였는데, 공주님처럼 챙김 받듯 머리를 빗겨주는 것처럼 느꼈다. [본문으로]